줌 코비2 ST

상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스포츠 브랜드는 상업회사이다. 상업회사가 정당한 범위 내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하나의 시리즈에서 두개 이상의 모델이 발매되는 것이 비판받아 마땅할 정도의 얄팍한 상술이라면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에어조던 로우도 비판받아 마땅하고 에어조던17+부터 시작된 두번째 모델 또한 비판 받아야 한다. 물론 에어조던도 17+가 처음 발매될 당시엔 얄팍한 상술이라는 의견이 많았겠지만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오리지널 모델의 아쉬운 점이 혹시나 두번째 모델에서 채워지지는 않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줌 코비 역시 마찬가지여서 처음이기 때문에 어색해 보이고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믿는다. 상술이라는 부분을 떠나 신발의 종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 그래야 뉴스 거리가 생기고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그너쳐의 디자인은 심플하면서 그 속에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오리지널 줌 코비 II는 다이아몬드 펀칭을 연상시키는 구멍과 패턴이 들어간 토박스 등의 눈에 띄는 특징은 있었으나 눈에 잘 들어오는 심플한 디자인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줌 코비 II 스트렝스의 디자인은 패턴트 레더 토(toe)와 스트랩으로 특징을 주면서 눈에 잘 들어올 수 있도록 부드럽게 떨어지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 좀 더 시그너쳐스럽고 줌 코비 II 다운 디자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이즈의 길이는 같으나 토박스가 스트렝스 쪽이 더 좁다. 패턴트 레더가 앞쪽에 짧게 쓰였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볼이 넓은 분이라면 사이즈를 달리 신으셔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큰 틀에서 같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토박스 만큼은 다른 신발이라고 해도 무방하며 기본적으로 한 사이즈를 내려 신어야 하는 줌 코비 시리즈 치고는 보통의 농구화와 사이즈의 차이가 크지 않아 어쩌면 사이즈 선택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꼭 패턴트 레더가 쓰였기 때문에 토박스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트렝스의 토박스는 눈으로 보기에도 확연하게 좁다.

매우 단단하고 빈틈이 없었던 줌 코비2의 첫번째 버전인 수퍼-컴포트는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된 핏팅의 아쉬움을 더 촘촘해진 레이싱과 단단하고 두꺼운 갑피 등으로 한방에 날려버렸다. 상식적으로 수퍼-컴포트가 두껍고 단단한 갑피로 발을 완전하게 고정시켜주는 핏팅을 선보였다면 스트렝스에서는 더 강력하게 발을 잡아줘야 말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왠일인지 줌 코비2의 두번째 버전인 스트렝스는 한결 부드러워진 구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수퍼-컴포트의 단단한 갑피에 비해 일반적인 수준으로 부드러워진 갑피가 첫번째로 눈에 띈다. 두께도 얇아져 수퍼-컴포트와는 달리 부드럽고 가뿐한 느낌을 준다. 겉에서 보기에 두툼한 스트랩이 발목과 발등에 위치하고 있으며 패턴트 레더 토의 존재와 전체적인 분위기가 기계적인 느낌이어서 신었을 때의 느낌도 수퍼-컴포트에 비해 더 강하고 심지어는 답답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얇고 부드러워진 갑피와 함께 수퍼-컴포트에는 없는 나이키 특유의 다이내믹-핏 이너슬리브가 사용되어 한결 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 정도면 오리지널 허라치-핏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이다. 수퍼-컴포트에서는 이너슬리브가 쓰이긴 했지만 단순히 발을 감싸는 수준이었고 대부분이 메쉬로 이루어져 부드러운 느낌은 줄 수 없었다. 그러나 스트렝스에서는 오리지널 허라치-핏 수준의 이너슬리브가 사용되어 신발의 덩치에서는 큰 차이가 있지만 줌 허라치 2K4의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수퍼-컴포트는 발등을 잘 눌러주는 것을 바탕으로 훌륭한 핏팅을 보여주지만 스트렝스는 패턴트 레더의 토박스 위주로 발을 고정시키는 차이점을 보여준다. 레이싱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스트렝스는 발등 부분이 넉넉하여 끈을 최대한으로 조여도 발등을 눌러주는 맛은 수퍼-컴포트에 비해 떨어진다. 스트렝스의 발등 부분은 줌 허라치 2K4처럼 끈을 최대한 조이면 레이싱이 연결된 갑피의 양 끝이 서로 만날 정도로 조여진다. 수퍼-컴포트의 경우에는 두툼한 갑피에 직접 신발 끈 구멍을 뚫어 발등을 완벽하게 고정시킬 수 있게 하였지만 스트렝스는 부드럽고 가뿐하게 발을 감싸준다. 애초에 발을 강하게 잡아주고자 했다면 수퍼-컴포트처럼 신발에 직접 구멍을 뚫어야 했을 것이다. 끈 구멍을 쓰는 것과 끈 고리를 쓰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끈 구멍으로 신발 끈이 통과되면 갑피가 발을 직접 눌러주게 되지만 끈 고리를 사용하면 갑피가 직접 발을 누르기 보다 한단계를 더 거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핏팅의 왕자인 줌 플라이트 V가 만약 끈 고리를 사용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각 끈 구멍과 끈 고리를 사용한 수퍼-컴포트와 스트렝스의 차이는 조이는 느낌과 감싸는 느낌으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발등에 여유가 있어 끈을 최대한으로 조이면 패턴트 레더 토박스도 봉긋하게 올라온다. 토박스가 수퍼-컴포트에 비해 좁지만 신발 끈을 조이면 토박스가 올라오기 때문에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패턴트 레더 토박스는 디자인으로나 성능으로나 환영받을만 하지만 낮게 깔린 수퍼-컴포트의 토박스에 비하면 조금 아쉽다.

겉에서 보기에도 그렇지만 통기성은 정말 부족하다. 체질상 땀이 많지 않은 나도 8월의 폭염과 함께 발에서 불이 나는 것을 느꼈다. 수퍼-컴포트는 바람이 순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지만 스트렝스는 구멍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므로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수퍼-컴포트와 스트렝스를 신은 시점이 5월과 8월로 기온에 큰 차이가 있지만 스트렝스는 체질상 통풍이 용이할 수 있는 신발이 아니다. 다이내믹 핏이 사용되었지만 허라치 시리즈처럼 간결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통풍까지는 기대할 수 없다.

보통 에어조던과 그의 플러스 개념의 모델은 같은 중창을 쓰고 쿠셔닝의 성질이 같다. 그러나 줌 코비2의 두 버전은 중창과 쿠셔닝은 같지만 두께는 확연하게 다르다. 인솔을 분리할 수 없어 두께의 차이가 중창에서 오는지 인솔에서 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신었을 때는 물론 손으로 꾹꾹 눌러보기만 해도 두께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중창의 두께 차이를 접하고 스트렝스라는 이름은 단지 멋있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트렝스라면 도리어 중창이 더 두껍고 단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중창이 얇아져 더 부드러운 특징을 갖게 되었고 중창이 나뉘어진 구조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이키 프리를 흉내낸 중창 구조를 가지고 있고 수퍼-컴포트에서 이미 충분히 부드러웠기 때문에 더 얇고 부드러워진 스트렝스의 중창이 주는 느낌은 중창이 흉내낸 것처럼 이것이 나이키 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두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같은 성질의 중창과 줌-에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충격흡수에서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수퍼-컴포트도 부드러움에서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스트렝스는 더 얇고 부드러워져 다이내믹-핏이 사용되어 더 부드러워진 핏팅 만큼이나 쿠셔닝 또한 부드러워졌다. 얇고 부드러워졌기 때문에 줌 르브론 IV와 줌 코비 II 수퍼-컴포트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뒷축이 더 낮은 느낌은 줌 코비 II 스트렝스에서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발목을 잡아주는 것 또한 다르지 않아 수퍼-컴포트보다 스트렝스가 더 자유롭고 부드럽다. 수퍼-컴포트에서는 힐카운터가 발목까지 잡아주는 역할을 하여 단단한 갑피와 함께 안정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스트렝스는 이너슬리브에 내장된 보통의 힐컵이 내장된 것 외에는 지지대가 사용되지 않아 발목을 잡아주는 맛이 떨어진다. 또, 금속 장식이 부착된 스트렝스의 스트랩은 수퍼-컴포트에 비해 유연하여 발목을 압박해주는 역할을 하기 보다는 디자인의 측면에서 공헌을 하는 느낌이다. 발등에 위치한 스트랩 역시 길이가 애매하여 락다운에 공헌을 하기엔 조금 부족하다. 나의 경우에는 발등이 매우 낮아 신발 끈을 끝까지 조인 후에 스트랩을 두르면 스트랩이 발등을 잡아주지도 못하며 벨크로 테이프와도 잘 만나지 않는다. 발등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발등 스트랩은 조금 짧다 싶어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스트렝스라고 하기엔 서포팅이 특출나지 않고 신발 전체가 일관되게 부드럽다. 이 부드러움은 부실함이라기 보다 의도한 것처럼 지지대나 스트랩이 일관되게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발목 부분의 레이싱 또한 발등 부분과 마찬가지로 끈을 최대한으로 조이면 양 옆의 갑피가 서로 만날 정도로 밀찰된다. 이 부분은 에어조던7을 닮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것은 수퍼-컴포트와 비교하여 부드럽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에서 줌 코비 II 스트렝스가 흐물흐물한 신발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말한 에어조던7 에 비해서 구조적으로도 탄탄함이 월등하며 굳이 에어조던7을 가지고 비교를 한다면 에어조던7보다 덜 간결하지만 야무진 구조를 가진 21세기형 허라치 농구화라고 말할 수 있다.

발바닥 전체에 섕크가 깔려있는 것과 아웃솔의 성질은 일치하며 무게 또한 5g 이내의 차이로 비슷하다. 이 신발은 두가지 방향으로 이해하는게 좋을 것 같다. 신발의 이름인 스트렝스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전혀 스트렝스답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실망스러울 것이다. 수퍼-컴포트에 비해 부드럽고 가뿐하고 편하다. 스트렝스로 놓고 보면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고 스트렝스다운 특징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스트렝스라는 이름을 생각하지 않고 신발 자체로만 판단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줌 코비 II의 두번째 모델은 앞서 말한 에어조던7이나 같은 해에 발매된 오리지널 허라치처럼 편하고 부드러운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 자체로도 매력이 충분한 신발이다. 관점의 차이에 따라 신발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며, 스트렝스라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신발 자체로만 놓고 보면 완성도가 높고 야무진 농구화이다. 오리지널 줌 코비 II인 수퍼-컴포트를 접했을 때 중창은 부드럽고 갑피는 무겁고 단단하며 발목이 고정되어 정말 언밸런스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언밸런스한 느낌은 적응이 되면 특유의 장점으로 다가온다. 반면 줌 코비 II 스트렝스는 처음 접하더라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중창부터 갑피까지 일관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중창과 부드러운 구조가 조화를 이뤄 편안하고 가뿐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굳이 이름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발 박스에도 Strength라고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ST라고 되어 있을 뿐이다. ST의 의미는 물론 strength이겠지만 신발의 장점을 살리고 신발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ST를 Second Type이라고 이해해도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의 신발 취향을 놓고 본다면 단단한 줌 코비 II 수퍼-컴포트 보다는 스트렝스쪽이 더 사랑을 받을 것이라 본다. 발목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한 분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이름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두 신발이 가진 장점을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시그너쳐를 신을 수 있다. 몇 달 후 발매될 버전인 라이트는 또 어떤 반전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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